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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요약: 일인분의 삶 / 이슬기 / 글이

모닥불 책읽기 2024. 9. 16. 0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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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알라딘서점

 

 

# 이 글은 ‘북코스모스’의 ‘일인분의 삶 요약본을 읽고 핵심을 간추려서 정리한 것입니다.

 

한 칸 살이

 

부모님이 운영하시는 회사를 퇴사하면서 독립을 선언했다. 다시는 부모님의 집으로 되돌아갈 마음 없이 집을 나왔다. 이것이 나에게 있어 혼자 사는 일이 자취보다는 독립인 이유였다. 집을 나온 건 스물여덟 살을 한 달 남겨 둔 겨울이었다. 나는 나답게 살고 싶었다. 어떤 게 나다운 건지 당장에 찾지 못하더라도 제대로 시도하고 꿈꿔 보고 싶었다.

 

부모님의 집에서 나와 처음으로 혼자 지내게 된 공간은 집이라기보다 방이라는 표현이 더 어울렸다. 방 한 칸이 내 집이 되었다. 태어나 처음으로 갖게 된 나만의 공간에서 낭만을 만끽한다. 아침부터 밤까지 가족의 눈치는 안 봐도 되는 해방감도 함께 말이다. 가족의 울타리에만 안주했다면 몰랐을 것들을 겪으며 새로운 인생의 묘미를 맛보고 있다. 내가 하고 있는 게 자취든 독립이든 일 인분의 삶은 나를 키웠다.

 

 

혼자서도 잘해요

 

한번은 등산을 하며 여행 같은 기분을 느꼈다. 산을 오르면서 나는 종종 앞으로 어떤 책임을 지고 살아야 하는지 생각했다. 스스로를 책임지고 살기 위해 경제적인 자립은 필수였다.

누구에게도 손 벌리지 않고도 혼자를 책임져야겠다고 맘먹었다.

 

내가 혼자 살아 내려 시행착오와 흔들림을 겪는 순간에도 주변에 나를 지지해 주는 사람들이 있었다. 내 삶을 응원한다고, 잘하고 있다고, 틀린 게 아니라고 말이다. 애착 이론 중에는 의존 역설이라는 게 있는데, 누군가 기댈 수 있는 사람이 있다고 느낄 때 자기만의 세계로 들어갈 수 있다는 말이다. 어린아이를 놀이방에 혼자 두었을 때 아이가 울지 않고 잘 노는 이유는 부모가 멀리서 자신을 지켜보고 있다는 걸 인식하기 때문이다. 낯선 상황 실험이 이를 잘 보여 준다. 그러니까 지금 내가 혼자서도 제대로 살아가고 있다는 건 주변에 나를 지지해 주는 사람들이 있다는 방증이다.

 

 

더불어 살이

 

나는 살갑게 사람들과 연락하는 성격이 아니다. 그런 까닭에 집에서 나오고 3년이 넘도록 부모님께 연락 한 번 하지 않았다. 내가 먼저 손을 내밀어야 한다고 생각해도 결국은 부모님이 먼저 연락해 주기를 바랐다. 다가오는 명절 전날 엄마에게 전화를 걸었다. 휴대폰 너머의 엄마 목소리는 나를 내치는 매정함이나 뜻밖이라는 놀라움 따위는 없었다. 그저 내가 전화를 걸었구나, 라는 정도의 평범한 다정함만 느껴졌다. 그 후로 매년 두 번의 명절이 되면 부모님의 집으로 향한다.

 

부모님은 공부도 하고 가르치는 일도 하며 살고 있다는 나의 말을 가만히 들어준다.. 이제는 내 삶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 주는 것 같아서 마음이 편하다. 별것 아닌 말들이 오가는 그 시간이 소중해졌다. 이젠 나를 포함해 부모님의 모든 자식이 독립했고 부모님도 오롯이 당신들의 삶을 꾸려 간다. 우리는 서로에게 희생을 강요하지 않고 그저 각자의 행복한 삶을 산다. 자식들의 독립이 결국 부모의 독립으로 이어진 셈이다. 서로의 간섭에서 벗어날 때 서로 간의 이해는 깊어진다.

 

 

한 칸 너머 살이

 

나에게도 가끔 우울함이 찾아오곤 한다. 누군가에게는 깊은 병마와 싸우는 일이겠지만 적어도 내게 있어 우울은 항상 내재된 무언가다. 우울할 때마다 내 안에 나오는 특유의 감성은 코끼리처럼 거대하고 나비처럼 연약하다. 아무 이유 없이 우울한 건 사실이지만 가끔 아무 이유 없이 충만한 감정이 밀려오기도 한다. 어쩌다 올려다본 하늘의 푸르름에, 엄마 품에 안긴 아기가 나를 똑바로 쳐다봐 줄 때, 골목길에 뜬 커다란 달을 보고 있노라면 마음에 따뜻한 햇살이 내리쬐는 듯하다.

 

 

노마드로 일하기

 

가끔 하늘을 올려다본다. 습관이랄까, 하늘을 쳐다보면 새삼 내가 이렇게나 여유가 있나 싶다. 힘들 땐 하늘을 올려다볼 생각조차 들지 않았으니까. 과거 5년에서 6년 정도 경험한 회사 생활이 그립다거나 다시 하고 싶은 마음은 없다. 앞으로 어떻게 될지는 모를 일이지만 당분간은 취업하지 않기로 다짐했다. 취업하려 노력하는 대신 그저 맘 가는 대로, 기회가 오는 대로 일하다 보니 결국은 프리랜서가 되었다. 한 군데 얽매이지 않아 비교적 자유롭다는 점이 좋다. 미래의 안정에 대한 욕심은 없다. 내일 당장 어떤 일이 벌어질지도 모르는 게 인생이라고 생각하면 미래의 안정이란 허상처럼 느껴진다.

 

처음으로 프리랜서가 좋다고 느낀 건 가르치는 일을 하면서다. 몇 년 뒤에는 글을 써서 책을 만들었다. 어디에 등단한 적은 없지만 스스로 글을 써서 출판할 수 있는 환경이었다. 독립 출판을 한 후에 출판사와 정식 출간도 했다. 내가 쓴 이야기로 북 토크를 하고 독립 출판에 관한 강연을 하고 종종 돈을 받고 글을 쓰게 되었다.

 

회사에서는 보통 3개월 이상 일을 하며 어떤 일인지 다 알게 되고 새로울 게 적어진다. 하지만 프리랜서로 프로젝트 단위로 일을 하는 것은 비슷한 듯해도 늘 새롭고 시작과 끝이 분명해 성취감도 크다. 다만 언제 일이 있을지 모를 불규칙성에 대한 불안은 안고 가야 한다.

이게 바로 프리하지만 프리하지 않은 노마드 노동자의 인생 아니겠는가. 하루 중 대부분의 시간이 한가했으므로 일을 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기뻤고, 일하고 받는 대가는 1인 가구인 나를 먹여 살리는 데 도움이 되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잡식성으로 일하기를 몇 해째. 이제는 나름의 경험칙이 생겼다. 우선은 재미없는 일보다 재미있는 일을 선택한다. 만약 같은 시기에 새로운 일을 도전할 기회가 오면 난 오래된 일보다 새로운 일을 택했다. 두 번째로 대가가 정당하지 않은 일을 하지 않는다. 들이는 시간과 노력에 비해 터무니없이 적은 대가는 의욕 상실을 불러일으키기 딱 좋았다. 세 번째로 무리해서 일하지 않는다. 일을 선택하는 기준은 내가 가진 에너지를 어디에 소비할 것인지와도 상통한다. 확실히 선택과 집중이 필요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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